대한민국 병역 제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우리 사회 곳곳에 꼭 필요한 공익 서비스를 제공하며 묵묵히 그 역할을 수행하는 분들의 헌신으로 지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간, 특히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사회복무요원 복무 관리에 심각한 부실이 드러나면서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제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하고 지켜본 바에 따르면, 복무기관 내에서의 부당 대우와 열악한 근무 환경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성실히 복무하는 대다수 사회복무요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극단적인 경우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회복무요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복무기관 내에서의 '갑질'과 괴롭힘입니다. 2023년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무려 64%가 복무 중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을 정도로 문제는 심각합니다. 폭언, 인격 모독, 사적인 심부름 강요 등 그 형태도 다양하며, 이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정신적 고통으로 직결됩니다. 2024년 5월부터 복무기관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시행되었으나 2025년 5월까지 11개월간 접수된 신고 건수는 26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로, 신고 절차의 복잡성이나 복무기관장의 불이행, 그리고 무엇보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여전히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사회복무요원은 병역판정 신체검사 결과 보충역으로 판정된 이들로서, 대개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건강상의 이유로 현역 복무가 어렵다고 판단된 경우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건강 상태를 고려한 적절한 임무가 주어져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깨 탈골로 4급 판정을 받은 이에게 무거운 짐을 들게 하거나, 대인기피증이 있는 요원에게 민원 업무를 맡기는 등 보충역 판정 사유가 된 질병을 악화시키는 부적절한 업무에 투입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3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6%가 보충역 판정 사유를 악화시키는 노동에 투입된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노동자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규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사회복무요원의 모호한 지위 때문에 이러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은 군인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닌, '공무 수행에 필요한 사회복무요원'이라는 모호한 지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게 만들고, 노조 설립에도 제약이 따르는 등 여러 사각지대를 발생시킵니다. 일례로, 복무 중 질병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질병이 발생해도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으며, 복무기관의 부당한 대우나 열악한 환경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지위의 불명확함이 인권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복무 중 고충을 겪는 사회복무요원들이 관련 기관, 특히 병무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2025년 1월에 보고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충 경험자 중 병무청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문제가 해결된 경우는 6.5%에 불과했으며, 74.3%는 고충을 겪어도 병무청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공식적인 신고 및 지원 체계에 대한 사회복무요원들의 낮은 신뢰도를 보여줍니다. 신고를 하더라도 객관적인 조사가 미흡하거나,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복무기관 재지정이 어려운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체념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지방병무청의 복무지도관조차 갑질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부실 관리는 병무청의 관리·감독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과도 연결됩니다. 연 1회 정기 실태조사가 시행되지만, 전년도 평가 결과 상위 30% 기관은 조사 대상에서 면제되는 규정이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복무 부실이 우려되는 기관에 대한 수시 실태조사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2020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약 3년간 복무 이탈이나 의무 규정 위반으로 적발된 사회복무요원이 9,300여 명에 달한다는 통계는 개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복무기관의 관리 부실이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도 시사합니다. 허술한 관리·감독 시스템이 부실 복무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측면은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병무청은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통해 사회복무요원 복무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복무 규정 위반자에 대한 징계 종류를 세분화하고 복무 부실 우려가 있는 기관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전자적 출퇴근 확인 절차 도입 등의 개선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사회복무요원의 전공이나 직업 선호를 반영한 복무기관 배치 및 적합 임무 부여 맞춤형 교육 강화 등 성실 복무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포함되었습니다. 서울지방병무청은 2025년 상반기 복무기관 담당자 교육을 통해 개정 규정과 사례 공유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개선 노력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무기관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보호받고 복무기관을 재지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사회복무요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여 노동 환경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며 복무기관의 관리 역량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형식적인 관리 시스템을 넘어 사회복무요원 한 명 한 명의 인권과 건강이 존중받는 복무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병무청 사회복무요원 복무 부실 관리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병역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난 10년간 132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극적인 통계는 현재의 복무 환경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를 보여줍니다. 2025년에 추진되는 관리 강화 방안들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사회복무요원을 단순히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존재가 아닌 존엄성을 가진 개인으로 대우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병무청과 복무기관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복무요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병역 의무를 마칠 수 있도록 인권이 존중받는 복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참고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병무청 공개개방포털, 언론 보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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